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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마다 들려오던 정체불명의 울음소리, 풀무치였어요

doldam79 2025. 7. 6. 10:42

풀숲 속 가을 전령, 풀무치와의 첫 만남

작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저녁이면 마당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처음엔 “귀뚜라미인가?” 싶었는데, 소리가 훨씬 더 크고 날카롭고, 끊기지 않고 쭉 이어졌어요.
밤마다 시작되는 ‘지이이잉~’ 소리에 괜히 잠을 설치고, 심지어 아이는 무섭다고 제 방으로 와 자기도 했죠.

도대체 이게 뭘까 싶어서 손전등을 들고 소리 나는 쪽을 찾아 나섰는데,
어두운 구석의 돌틈 사이에서 커다란 초록색 곤충 한 마리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풀무치’였어요.

 

🦗 밤마다 들려오던 정체불명의 울음소리, 풀무치였어요
🦗 밤마다 들려오던 정체불명의 울음소리, 풀무치였어요

 

풀무치, 생긴 건 귀뚜라미처럼 생겼지만...

다음 날 아침, 아이와 함께 도감을 찾아보니 풀무치는 귀뚜라미와 닮았지만 확실히 달랐어요.

  • 몸길이는 보통 3~5cm, 귀뚜라미보다 훨씬 크고 통통해요.
  • 색깔은 초록빛이 도는 풀잎색, 마치 식물처럼 위장하고 있어요.
  • 울음소리는 크고 날카로운 ‘지이이잉~’ 소리, 주로 수컷이 암컷을 부르기 위해 내요.
  • 밤에 활동하고, 풀숲이나 돌 밑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 먹이는 풀, 채소, 나뭇잎 등으로 초식성 곤충입니다.

아이 말로는 “메뚜기랑 귀뚜라미가 합쳐진 느낌이야!”라고 하더라고요. 딱 맞는 말이었어요.

 

우리 마당이 풀무치의 무대가 된 이유

우리 집 마당엔 풀도 제법 자라고, 텃밭도 있어서 식물들이 무성해요.
게다가 돌이 군데군데 쌓여 있어서 그 밑이 서늘하고 습한 환경이더라고요.
그런 장소는 풀무치가 좋아하는 서식지라서, 마당은 그들에게 최적의 은신처였던 셈이죠.

특히 비가 오고 나면 소리가 더 커졌고, 둘이서 울 때는 소리가 겹쳐서 마치 곤충 콘서트 같았어요.
하루 이틀은 그 소리도 자연의 일부라며 좋게 생각했는데, 밤잠을 계속 방해받으니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풀무치 조용히 보내기’ 작전

풀무치는 해를 끼치는 해충은 아니에요. 하지만 밤마다 우렁찬 울음소리는 생각보다 생활에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만들기 위한 조치를 조금씩 해봤습니다.

1. 마당 풀 정리
풀무치는 풀숲을 좋아하니, 잡초 제거를 먼저 했어요. 특히 키 큰 풀들을 다 베어냈더니 은신처가 줄었는지 그다음 날부턴 울음소리가 줄었어요.

2. 돌무더기 치우기
서늘하고 그늘진 돌 아래가 주요 서식지더라고요. 가능한 한 돌을 정리하고 흙을 드러내 햇볕이 잘 들게 했어요.

3. 야간 조명 활용
밤이 되면 마당에 센서등을 일부러 켜두었어요. 풀무치는 어두운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에 빛이 있으면 자리를 피하더라고요.

4. 아이와 함께 생태노트 쓰기
아이와 함께 울음소리의 세기, 위치, 시간대를 기록하며 풀무치 생태관찰 일지를 만들어봤어요. 관찰하며 자연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오히려 정이 들기도 했어요.

 

풀무치와의 거리 두기, 적당히가 답이더라고요

사실 곤충이라는 존재는 자연에선 너무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도 그들의 터전이었을 거예요.
다만 사람과 곤충이 가까워질수록 불편함도 생기는 건 사실이니까요.
무작정 죽이거나 쫓아내기보다, 환경을 조절해서 서로가 불편하지 않게 거리두기를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어요.

그리고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말해줬어요.
“풀무치가 시끄럽다고 화내기보단, 우리가 먼저 자리를 만들어주면 스스로 떠날 수 있어.”
그 말을 하며 저도 스스로에게 자연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게 됐죠.

 

풀무치와 공존하는 생활 꿀팁

마당이나 화단, 텃밭에 풀 정리 필수!
돌 틈이나 습기 많은 그늘진 장소 없애기
야간 조명 설치로 울음소리 줄이기
아이와 함께 관찰하며 생태 공부 기회로 활용하기

요즘은 그 울음소리도 익숙해졌어요.
간혹 다시 ‘지이이잉~’ 소리가 들려오면 “아, 가을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해요.
자연과 조금씩 거리를 조절해 가며 불편함보다 여유로움을 배우는 중입니다.